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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누구나 인생에서 한번은 마이너였다 <문라이트> 본문

합의된 공감

누구나 인생에서 한번은 마이너였다 <문라이트>

레니에 2017. 3. 1. 17:59







minor


1.작은 (별로 크지 않은, 중요하지 않은, 심각하지 않은)

2.단조의, 단음계의

3.미성년자














- 첫 번째 마이너, 누구나 인생에서 한번은 리틀이었다.




영화가 말하기를 소년의 별칭은 '리틀'이었다.


소년은 쫓기거나 달아난다.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스마트폰 GPS를 끄듯 빈집에 숨기 바쁘다.

아무 데도 가지 못할 것 같은 소년은 묻는 말에도 대답이 없다.







스핑크스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어

그것을 풀지 못한 사람을 잡아먹었다.


그런데 도통 모를 것 같던 수수께끼의 정답은 알고 나면 시시하다.

여기서 수수께끼의 방점은 시시하다가 아니라 누군가와 묻고 답하며 함께 푸는 것에 있다.


후안은 리틀이 풀지 못한 수수께끼가 실은 헤엄을 치는 것처럼 그리 어렵지 않다는 걸 가르쳐준다.






어쩌면 그 또한 한번쯤 세상에 나가기를 두려워했던 '리틀'이었기에.











- 두 번째 마이너, 누구나 살면서 몇 번쯤은 단조곡을 듣는다.


사람들은 사랑을 흔히 영원과 결부시킨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사랑은 다양한 이유로 실패한다.


ubi amor ibi dolor, 사랑이 있는 그곳에 또한 고통이 있어서

사랑을 경험한 이에게 사랑을 노래한 단조의 발라드는 자전적 얘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제아무리 크고 황량한 사막 같은 평면이라도, '나'라는 가로축과 '당신'이라는 세로축이 만나면

분명한 점 하나를 얻을 수 있다.

버겁고 복잡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 하나가 잡히는 셈이다.


샤이론의 성 정체성이란 수수께끼도 뜻밖에 쉽게 풀린다.

케빈과 함께였기 때문이다.











타인이라는 낯선 곳에 다다르는 길은 어른들에게도 어렵다.

그 수수께끼는 테레사가 함께 풀어준다.

그가 미궁에 빠지지 않도록.


'나'라는 X축과 '당신'이라는 y축, '그들'이라는 z축에 의해

사람은 좌표를 얻어 세상에 위치한다.














- 세 번째 마이너, 누구나 아직은 미성년자다, 다 자라지 못한.



이 세계에서는 크고 번쩍거리며 과장된 몇 가지 상징만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블랙은 세상의 다수가 이런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걸 깨우친 듯

자신의 그림자마저도 철저히 숨긴다.












블랙은 충분히 어두울 때 케빈이 근무하는 식당을 찾는다.

블랙과 케빈이 다시 한 화면에 공존한다.


무심한 듯 대화하지만, 무언가를 읽어달라고 서로에게 간절하게 호소하는 듯한

감정의 경종이 울린다.


블랙은 자신을 과장하기 위해 화려한 장신구를 착용했지만,

우람한 근육과 반지르한 표면 밑에 깔린 혼란과 오류를 감추는 속임수를 쓰지는 않는다.


케빈 또한 자신의 실패를 들려준다.

그들은 서로를 미심쩍어 하지 않은 채, 

서로의 가능성이 아니라 인간적 한계를 인정한다.











"그것은 사람이다."


마침내 오이디푸스가 스핑크스가 낸 수수께끼를 풀자

사람들을 잡아 먹던 스핑크스는 물에 몸을 던져 죽었다.


바닷가에 선 리틀은 결론은 뒤로 미루듯, 

스핑크스와는 다른 방향을 본다.



마이너, 마이너리티.

작고 하찮으며 노이즈가 자글자글해서 

총천역색 고해상을 지향하는 세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저해상도의 이미지들.


리틀 또래의 마이너들.

샤이론 또래의 마이너들.

블랙 또래의 마이너들.

세상에서 점점 좌표를 잃어가는 수많은 마이너들.


결코 늙지 않는 리틀과 샤이론과 블랙과 동거하는 

어딘가 변변찮고 좀스러운 나.


"괜찮아, 실망하지 마, 누구나 서툰 거야, 자 다시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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