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벽에 기대어 - 이상국 본문
할머니가 상여에 실려 산으로 가시던 날이었다.
병색이 완연했던 집안 어른 한 분이 어디 내놔도 아무도 주워가지 않을 슬픔처럼
동네 어귀에 앉아 가는 상여를 바라보았다.
세상 일이 계획대로 착착 진행된다면
다음은 틀림없이 자기 차례일 거라고 짐작했는지는 모르겠다.
얼마지나지 않아 그분도 그 상여에 누워 산에 들었다.
시 속 남자의 실패는 충실하게 복원된다.
남자는 정곡을 찌르는
주먹총 같은 통렬한 공박을 더러 맞았을 게다.
그래서일까.
피워 문 담배 한 개비 같은 헛헛한 물음만 물으며
오래 못 살아 억울하다고 호들갑은 떨지 않는 맷집을 선보인다.
그 쉽지 않은 일을 그는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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