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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벽에 기대어 - 이상국 본문

합의된 공감

벽에 기대어 - 이상국

레니에 2017. 6. 29. 23:59

 

 

 

 

 

 

 

 

할머니가 상여에 실려 산으로 가시던 날이었다.

 

병색이 완연했던 집안 어른 한 분이 어디 내놔도 아무도 주워가지 않을 슬픔처럼 

동네 어귀에 앉아 가는 상여를 바라보았다.

 

세상 일이 계획대로 착착 진행된다면

다음은 틀림없이 자기 차례일 거라고 짐작했는지는 모르겠다.

얼마지나지 않아 그분도 그 상여에 누워 산에 들었다.

 

 

 

시 속 남자의 실패는 충실하게 복원된다.

 

남자는 정곡을 찌르는

주먹총 같은 통렬한 공박을 더러 맞았을 게다. 

 

그래서일까.

피워 문 담배 한 개비 같은 헛헛한 물음만 물으며

오래 못 살아 억울하다고 호들갑은 떨지 않는 맷집을 선보인다.

 

그 쉽지 않은 일을 그는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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