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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처처불상 - 도종환 본문

합의된 공감

처처불상 - 도종환

레니에 2017. 7. 4. 22:59








카사노바가 상대했던 여자들의 마음은 대개 이러했을까.

"지금 당장 내 마음을 헤아려 주세요."


한동안 나는 사찰이나 교회에서 간절히 기도하는 사람들 마음의 본질도 

그와 다르지 않을 거란 삐딱한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가 어느 때부턴가 생각이 좀 바뀌었는데,

 그게 다 별난 바람이 아니고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기분을 가라앉혀주는 고양이나 식물, 혹은 나무 같은 거라고 짐작했다.


누구에게나 어디서도 꺼내지 못하는 착잡한 심정이 있는 거라면

너그럽고 믿을 만한 자상한 존재는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사람들의 기도는 무언가를 바라기보다 어떤 결여를 흔쾌히 견딜지를 결정하는 거라고.



완전히 평범한 인생이, 

별것도 아닌 삶을 고맙다며 받아들이는 일과

알람에 맞춰 일어나 출근하여 진상 상사나 고객과 웃는 낯으로 마주하는 일은

원조 금수저 알렉산더가 전쟁터에 뛰어드는 것만큼의 용기가 필요한 일일 것이다.



그동안 깨달음이란, 벼락처럼 엄청난 형태로 온다고 상상했으나

손대기 싫은 자질구레한 일상에도 중요한 면이 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나에게 필요한 게 이토록 적은데,

앞만 보고 사느라 몰라봐서 미안해, 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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