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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구시렁#574 [하루 공책] 본문

구시렁

구시렁#574 [하루 공책]

레니에 2017. 9. 1. 09:59

 

#1

8월의 마지막 날 상현달 까지의 거리는 대략 405,010km.

 

여기서도 너무 선명한 달에 비하면

보이지 않는 너는 도대체 얼마나 먼 것이냐.

 
 
 

 

 

 

#2

"몰랐으니까 그랬겠지.

계획이든 부주의든, 알고서도 저질렀다면 참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거잖아.

 

그때는 부모라는 사람들도 철이 없어서

사는 게 만만치 않다는 걸 모르고 낳았을 거야.

 

 피치 못할 사정 같은 건 애초에 없었어."

 

 

 

 

 

#3

오후 한때 흐린 어느 날,

등을 둥글게 모은 초승달이 저녁 하늘을 발자국 투명하게 걸어갔다.

 

그 큰 하늘도 달 하나 살기엔 적당한 공간처럼 보였다.

 

가만 보니 내 달 옆에서

올바른 지점에 위치한 잘 닦인 별 몇 개도 반짝.

 

 

 

 

 

#4

신호에 멈춰 서서 바라본 사방이 문득 애매했다.

 

무사고 운전으로 

착실히 

주행거리는 늘리는데

정작, 나는 잘못 굴러가는 거 같아서.

 

 

 

 

 

#5

그림처럼 앉아 있는 사람을 그린 호퍼의 네모난 그림을 들여다보았다.

 

사람들은 네모반듯하지 않고

서로의 속내만이 옆에 없는 듯이 있었다.

 

호퍼의 붓질은 그 사람들을 건들바람처럼 툭툭 건드리며 지나갔을 것이다.

성가시지는 않게.

 

어느 때는 생의 기하학이 어렵고 신비한 다각형이 아니라

물어보지 않고도 혼자서 풀 수 있는 단순한 사각형 구조처럼 느껴진다.

 

널찍하게 트인 가을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나도 골똘히 앉아 남들 다 한다는

숨이라는 걸 쉰다.

 

 

 

 

 

#6

이따금 가슴 저리며 기억나는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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