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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구시렁#577 [동어반복] 본문

구시렁

구시렁#577 [동어반복]

레니에 2017. 9. 6. 15:59

 

김 서린 욕실 거울을 손으로 닦을 때 드러나는 내 얼굴을 향해 말한 적이 있다.

 

 

"너도 이제 고3이다."

 

"너도 이제 서른이다."

 

"너도 이제 마흔이다."

 

 

내가 웃어야 웃고

 내가 물어야 물으며

단 한 번도 아니라고 먼저 말하지 못하는 거울을 보며

어제도 한 생애를 지지부진한 남자가 거울 속 사내에게 말했다.

 

"너도 이제 호시절은 다 갔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인간에게는

백설 공주에 등장하는 마녀의 거울처럼 결국 사람은 착각의 크기만큼만 행복하고

그 행복이란 타협의 산물이라는 해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리하여 '아직은 괜찮다'라는 착각이 나를 추연히 안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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