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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역모 - 전병석 본문

합의된 공감

역모 - 전병석

레니에 2018. 8. 14. 11:59

 

역모 / 전병석

 

 

 

내일이면

엄마는 퇴원한다

형제들이 모였다

엄마를 누가 모실까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다

큰형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요양원에 모시자

밀랍처럼 마음들이 녹는다

그렇게 모의하고 있을 때

병원에 있던 작은 형수

전화가 숨 넘어간다

어머님 상태가 갑자기 나빠지고 있다며......

퇴원 후를 걱정하던 바로 그 밤

자식들 역모를 눈치챘을까

서둘러 당신은

하늘길 떠나셨다

 

 

 

 

 

전병석 시집 『그때는 당신이 계셨고 지금은 내가 있습니다』중 <역모> 전문

 

 

 

 

 

 

시인은 어렵게 말하지 않는데

너무 빤한 우리 속내가 무참히 드러난다.

내 부끄러움도 시 속에서 또렷하다. 

진실은 이렇듯 쉽게 표현될 수 있다.

 

사실, 자식을 키우는 자식들은 이미 구차한 변명을 여럿 마련해 놓았다.

우리는 우리가 낳은 자식 없이는 살 수 없어도 늙고 병든 엄마 없이는 홀가분하게 살아갈 수 있다.

 

사는 동안 그러했듯이 

엄마는 자식들의 짐이 덜어지는 일이라면 뭐든 하셨을 것이다.

설령 그것이 죽음이어도 엄마는 그 절망마저 자식을 끌어안듯 보듬었을지 모른다.

 

우리가 만장일치 역적모의를 하지 않더라도,

나를 낳아 길러준 여자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해왔던 방식 그대로 어디든 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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