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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화학반응 - 박철 본문

합의된 공감

화학반응 - 박철

레니에 2018. 9. 5. 15:59

 

화학반응 / 박철

 

 

딱히 말할 곳이 없어서

그래도 꼭 한마디 하고 싶어서,

지나가는 아이 반짝이는 뒤통수에다

사랑해? 속으로 말했다 그러자

아이가 쓱쓱 자라며 골목 끝으로 사라진다

 

 

박철 시집 『없는 영혼에도 끝은 있으니』중 <화학반응> 전문

 

 

 

 

 

 

언어는 인간의 감정과 이성에 두루 영향을 미친다.

 

오죽하면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을까.

이를 달리 말하면 말 한마디 잘못하면 천 냥으로도 갚을까 말까 한 빚을 질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그러니까 사람은 토씨 하나에 따라 의미를 달리 해석하고,

 한마디 말은 관계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하며 세상을 달라지게 할만큼 힘이 세다.

 

 

사람은 언어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존재임이 분명하다.

 

비가 오는 날과 볕이 많은 날은 기분부터가 다르다.

아침과 저녁때의 심신이 다르고

꽃을 볼 때와 꽃 아닌 것을 대할 때의 느낌도 확연히 다르다.

 

음악을 듣거나 커피 한잔을 마시는 일에도 몸과 마음이 달라지듯,

일시적이고 우연적이어서 잘 드러나지는 않더라도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형태로든 실낱같은 기여를 하며 산다.

 

그러니까 세상은 원소 두 개 이상이 결합하여 화합물을 만들듯

서로의 사소한 호의에 반응하고 결합하며 변화를 거듭한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는 이런 대사가 있다.

 

'우린 살아가면서 끝없이 상호작용을 한다.

우연이든 고의든, 그걸 막을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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