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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앵커브리핑에 실망하다 본문

잡담 or 한담

앵커브리핑에 실망하다

레니에 2019. 9. 11. 07:59

 

 

1.

언론의 독창성은 개인의 정체성만큼이나 중요합니다.

 

논리와 감성을 조합한 앵커브리핑과 

사안별 심층 보도는 뉴스룸만의 독창성을 잘 보여주는 형식이지요.

 

속보 경쟁보다는 사실 여부를 검증하고 품위를 유지하는 보도 방식은

 손 앵커가 그동안 견지한 바탕이자, 시청자로부터 얻은 신뢰의 기반이기도 합니다.

 

 

 

 

2.

이번 앵커브리핑의 맥락에 어느 정도 공감합니다.

진실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무엇보다 '균형'이 필요하겠지요.

 

설령 진실이 드러난다 하더라도 다들 각자의 입맛에 맞는 부분만 취사선택해 오독하고 가공할 겁니다.

 

그래요, 중요한 건 누군가는 장마 이후를 말해야 합니다. 

해마다 오는 장마가 좀 지루했다 한들 그게 뭐 대숩니까.

 

 

 

 

3.

그동안 손 앵커님은 언론의 능력, 그러니까 '힘'을 여러 차례 입증했습니다.

국정농단사태와 미투 관련 보도는 반향이 매우 컸고요.

 

뉴스를 선택해서 의제를 선점하고 집중하는 게이트 키핑과 아젠다 세팅도 탁월했습니다.

 

 

 

 

4.

그렇지만 언론은 사실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말하는 능력도 출중합니다.

또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말하는 솜씨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빼어나지요.

 

입은 또 얼마나 가벼운지, 소문을 옮기는 데는 그 누구도 따를 수가 없습니다.

 

 

 

 

5.

이번 '조국 논란'에서 각 언론사 뉴스 결정권자들은,

자신들이 소문을 확산하고 검찰이 흘리는 부산물을 주워 먹는데 급급한 태도를 보이진 않았는지 

점검이 필요합니다. 

 

언론과 검찰의 태도는 너무나 졸렬하고 내용은 보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부실했습니다.
아울러 그들은 비판과 검증에도 지켜할 기본적인 예의가 있음을 망각했습니다.

 

 

 

 

6.

무례와 무책임은 권리가 아닙니다.

감히 태풍의 눈 같은 오만의 눈을 부릅뜨며 세상을 발아래 두고 내려다본 건 누구인지,

 

그 태풍 아래에서 난데없이 쏟아진 폭우로 자기 삶이 모조리 휩쓸려간 이들의 비명 소리를 왜 외면했는지,

약자와 여성과 인권에 대한 남다른 감수성이 왜 하필 이번에는 작동하지 않았는지 나는 궁금합니다.

 

 

 

 

7.

손 앵커님도 '한 걸음 더' 들어가기보다는

양 진영으로 극명하게 갈린 세상에 알맞은 방식으로 '한 걸음 발을 뺀' 채 다만 싸움을 관조하며

뉴스만 파는 장사를 하지는 않았는지 나는 의심합니다.

 

 

 

 

8.

 

손 앵커님과 전통 저널리즘이 은근히 무시하는 B급 김어준도 

동양대 전, 현직 직원들의 증언과 입시전문가의 목소리로 팩트체크를 하는데,

권력 비판과 균형이라는 기계적 명분에만 집착한 나머지 가장 센 권력인 검찰의 일방적 주장을 

확대 재생산 하는 오류를 범하지는 않았는지요? 

혹시라도, 더 엄격하고 예리하게 팩트를 검증해야 할 시기에 팔짱 끼고 관망하시지는 않았는지요?

 

 

 

 

9.

장맛비가 쏟아지고 태풍이 올라온 건 맞습니다.

바로 그때, 견제의 불모지대로 대피한 권력은 조국 씨가 아니라 

화려하고 안온한 빌딩 뉴스룸에 자리한 손 앵커님을 비롯한 전통 주류언론,

그리고 '검찰 권력'이라는 사실을 등한시한 건 아닌지 이제라도 팩트체크하셔야 합니다. 

 

 

 

 

10.

손 앵커님, 왜 언론이 존재해야 합니까?
 무관심은 독이 되기 때문입니다.

 

팩트 체크는 왜 하십니까? 

사실과 주장은 구별해야 하고, 묵과해서는 안 될 억지 주장이 난무하기 때문 아닌가요? 

그럼에도, 미리 언덕으로 피신한 노인이 물난리 난 동네를 뒷짐진 채 건너다보듯 '정말 지루한 장마였다'라고 하십니다. 

 

 

 

 

11.

중립과 균형은 동의어가 아닙니다. 

언론의 관성적인 보도와 선택적 침묵은 수시로 혐오와 호응하고 흉기로 기능합니다.

최근 나는 그 사실을 분명히 목도했습니다.

'정말 지루한 장마였다'는 앵커브리핑에 어느 분이 다음과 같은 댓글을 남겼네요.

 

그분이 쓴 '당신'이란 지칭은 좀 모질어서 제가 '언론'으로 바꿨습니다.

 왜냐면 어느 분야든 지켜야할 선이 있으니까요.

 

"올해 장마 지루하지 않았다. 지루한 건 언론의 무표정한 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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