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결혼하므로 생기는 <결혼 이야기> 본문
한 줄로 압축한 제목은 <결혼 이야기>인데 실은 이혼 이야기다.
결혼의 진척은 당사자인 두 사람이 조금씩 실망하는 과정이거나 이혼까지를 포괄하기 때문인 듯하다.
대신 우울하지 않다.
극 중 '애덤 드라이버'는 직업이 연출가이고 '스칼렛 요한슨'은 배우다.
남편은 부인에게 자기가 생각한 대로 연기해달라고 디렉션을 한다.
그동안 순응하던 부인은 자신이 주고픈 방식으로 사랑하는 남편에 지쳐 뒤늦게 응수한다.
감독은 그 뻔한 스토리를 흐리멍덩하지 않게 끌고 간다.
내용과 형식 면에서 전혀 지루하지 않다.
영화에는 두 유형의 인간이 있고, 감독이 어느 한쪽이 악이라고 강요하지 않아서 나는 안심했다.
애덤 드라이버와 스칼렛 요한슨은 빼어난 연기로 영화에 기여한다.
이 영화로 2020년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을 받은 로라 던의 연기와 대사에도 신속한 감정이입이 일어난다.
군데군데 연극구조를 차용한 연출과 몇몇 미장센은 눈여겨볼 만 하다.
결혼생활을 곧이곧대로 파고들면 무겁지만 대개 모른 척하거나 아닌 척하고 감당한다.
그러다가 여러 해가 지나면 뒤엉킨 감정이 힘에 부쳐 나가떨어지거나 각자 다른 결론에 도달한다.
사랑의 낭만과 열정, 매혹이 식은 자리에 남는 건 육아나 경력단절, 고만고만한 부대낌 같은
남루한 현실을 표나지 않게 떠안는 기술이다.
결혼 유지에 실패한 스칼렛 요한슨이 발휘한 유연성처럼.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아무튼 그녀는 행복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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