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꽃무릇 미치도록 핀 여기 선운사, 다녀갑니다 본문
고창 선운사에 다녀갑니다.
꽃무릇 미치도록 핀 여기 선운사,
정면 아홉 칸, 측면 두 칸의 맞배지붕 큰 누각 만세루에 앉아서 보는 대웅전과 백일홍이 끝내주지요.
감탄은 속으로만 했습니다.
말이 말 같지 않은 시대이니 입은 다물고요.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하면 치아바타를 더 맛있게 만들어 먹을까만 궁리합니다.
만세루의 서까래와 대들보, 기둥, 툇마루는 삐뚤빼뚤합니다.
목수가 수없이 만지작거렸을 하나같이 못생긴 부재들이
세상의 부자연스러운 하중을 지탱하고 무지근한 허무를 버텨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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