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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본문

잡담 or 한담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레니에 2021. 3. 5. 11:31

1.

 윤석열 씨가 사퇴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정치 중립을 지켜야 할 권력기관 공무원의 사직이

약을 팔려는 약장사의 쇼처럼 떠들썩했다.

아마도 그는 지난해 총선 전에도 그랬듯이 

다가오는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영향력 확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전날 대구를 무슨 출정식 하듯 요란스럽게 방문했는데 역시나 마지막까지 사사롭고 정치적이었다.



 

 

2.

총장 재임기간 내내 윤석열 씨는 거칠고 엉뚱했다.
조국 씨처럼 손봐주리라 벼른 사람은 막강한 검찰권을 동원해 일가의 인격과 인생을 짓밟고,
김학의 씨처럼 봐주고 싶은 사람은 사건의 본질보다는 도피를 막은 공무원을 범죄자로 내몰았다.


 

 

3.

그는 꼼수에도 능하고 염치가 없다.
재소자를 겁박해 없는 죄를 만들어낸 검사를 감찰하려는 임은정 검사를 수사에서 배제했다.
룸살롱 접대 검사들의 술값도 100만 원 이하로 딱 맞춰줬다.

그런데도 그는 사퇴하면서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고 있다"라고 언성을 높였다.



 

4.

조중동과 법조기자단을 우군으로 둔 그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서슴지 않았다.
가장 힘센 검찰권력을 거머쥐고 남용하면서

마치 자신이 정치권력으로부터 핍박받는 약자인 양 언론플레이에 능했다.


 

 

5.

난폭한 짓을 주저하지 않은 그가 더 큰 힘을 갖길 원한다.
그는 이미 권력에 목이 말랐다. 

 

윤석열 씨의 행보는 그동안 그가 정치권력에 맞선 게 아니라

자기 권력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 자신의 권력욕에 굴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으로 보인다.


 

 

6.

겉모습은 어른이지만 자아 중심적 사고로 유아기에 머물거나

유아기로 퇴행한 이들이 있다.

그들은 업어 달라고 보채며 울거나 칭얼댄다.

자기중심성이 강한 그들의 착각은 아무도 말릴 수 없다.
착각이 무엇이든 간에 그 착각 때문에 말짱 헛것 뜬구름을 잡고 얼마든지 가슴이 울렁거릴 수 있지만,

착각에 빠진 사람은 대개 신기루를 좇다 느릿느릿 병든다.

착각이 결국 제 발등을 찍는다.




7.

사람 사는 모습에서 이런저런 낯설음과 낯익음을 만난다. 

세상 어떤 일 따위도 우습게 넘길 내공이 생겼을 나이인데도,
내가 유별나서인지 걱정이 풀리는 선량한 봄날 벚꽃 아래서도 
별안간 별것도 아닌 일에 옅은 슬픔을 느낀다.

때때로 세상의 이면이랄 것도 없이 속내가 너무 빤해서 보는 사람이 민망할 지경인 상황을 만나는데, 
"저렇게 살아도 한 점 부끄럼 느끼지 않아서 또한 사람이구나, 나 또한 그러하구나"라고 생각하면

명치께쯤에서 아릿한 슬픔이 올라온다.

구질구질한 자기모멸처럼 하고많은 자기과시도 신경을 자극하는 슬픔이다.

 

중장년 남성의 비대한 자아를 떠받치기에는 힘겨워 보이는 가냘픈 허벅지가 오늘 나를 슬프게 한다.

기초가 부실하면 곧 무너지고 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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