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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큰 그림 본문

잡담 or 한담

큰 그림

레니에 2021. 4. 23. 09:52

#1

<큰 그림>


3년 전에 약 45센티 크기의 식물을 선물 받았다.

그 녀석은 지금 키가 120cm로 자랐는데 앞으로 20cm만 더 크면 생장점(성장점)을 자르려고 한다.

위로 크지 못하게 된 녀석은 분명 양옆으로 가지 두 개를 뻗을 테고
목질화가 진행 중인 밑동도 점차 굵어지겠지.

새로 나올 가지 두 개가 약 30cm 정도 자라면 그 또한 잘라서 가지를 네 개로 만들고 
먼저 자란 잎들은 미련 없이 정리해 외목대 수형으로 다듬을 생각이다.

살아 숨쉬는 식물 막대사탕이나 솜사탕 형태로.


 

 

 

#2

<검열>


"재밌는 얘기 아니면 하지 마!"
"블로그에 또 정치 얘기네?"

한때는 공권력이 방송, 영화, 서적 등의 표현 내용을 모조리 검사했다.

 

권력은 그들이 부적당하고 여긴 모든 표현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일테면 "국민정신을 해이하게 할 우려가 있고, 

사회질서 문란을 조장하고 국민감정을 해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모든 것을 삭제하거나 삭제를 요구하며 훼손했다.

나도 그동안 여러 차례 칙칙한 얘기 그만하고 예전처럼 밝고 화사한 사진이나 올리라고 핀잔을 들었다.

사람이 사는 삼차원 공간에서는 

그림자도 빛만큼의 무게로 제 역할을 한다고 나는 사진을 찍으며 새삼 배웠다.
 
거대권력의 검열이 사라졌다지만, 
지금은 개인이 개인을 향해 

자기 입맛에 맞는 표현만을 용인하는 검열 권력을 가차 없이 행사한다.



 

 

#3

<화상>


오전 9시경에 특별히 아끼는 식물을 바람 쐬라고 바깥에 내어놓았다.

직사광선은 위험해서 밝은그늘이 드리울 자리를 찾아 황도(태양의 궤도)를 계산하고
조도도 측정했다.

치료중이니 손대지 말라고 메모까지 써 붙였다.

늦은 오후에 나가 보니 식물이 직사광선이 들이붓는 곳으로 옮겨져 있었다.
잎들이 맥이 다 빠져 몸을 가누지 못할 지경이었고 잎 표면이 군데군데 데어 거무튀튀하게 탔는데
알고 보니 이해타산이 늘 밝은 이가 제 마음대로 옮겨 놓았다.

사람의 지극한 호의가 때로 타인에게 화상을 입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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