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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생각만으로도 근사한 만남 본문

잡담 or 한담

생각만으로도 근사한 만남

레니에 2021. 5. 19. 22:03

1.

좋은 영화나 책을 만나면 늘 그렇지만
영화 "스모크"를 보고 나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를 주제로 유시민 작가와 이동진 평론가가 대화를 나눈다면 얼마나 근사할까?"

 

 

2.

아마도 그들의 사유는 싱싱하게 빛나는 오월 같겠지.
어떤 감상은 밝고 찬란한 기운을 향해 벙근 목련 같아서 나 혼자 싱그레 웃을 테고,
어떤 해석은 무성한 여름 같을 것이며, 어떤 관점은 단순 명쾌해서 무릎을 탁 칠 거야.

 

또 어떤 대목에선 싸늘한 늦가을 밤공기처럼 서늘해서 마음 깊은 곳에서 찬바람이 일겠지.

그러다가 그 냉기를 거두는 모닥불 온기 같은 훈훈한 위로도 잊지 않고 보탤 테고.

 

 

3.

진부한 세상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는 그들의 성격은 원만하지 않고 까탈스러울 거야.

취향도 분명 별스러울 두 사람은 작품의 차이를 어린아이처럼 신나서 분별하겠지.

 

나는 그들의 대화를 엿들으며 맞장구를 치거나 눈에 보이지 않던 부분에 눈을 뜨면서,

마치 인천공항에서 낯선 세계를 향해 이륙할 때 느끼는 쾌감처럼

두서도 없고 조리도 없는 세상의 언어들 위로 솟구치는 기쁨을 맛볼 거야.

 

 

 

4.

그 대화가 무르익는 시간이 요즘 같은 때라면 상그리아를 만들어 마시고,
그윽하고 조용한 겨울밤이라면 뱅쇼를 곁들여 나는 흥청망청 빈둥빈둥 놀고먹겠지.

남은 인생은 그렇게 얌전히 조용히 마음 가는 일에나 한눈팔며 살다가 끝없는 고요에 가닿아야지.

 

 

5.

자기를 드러내는 명료한 언어가 에르메스나 샤넬 백,

명함이나 메르세데스 뿐인 사람과의 만남은 너무 따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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