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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인스턴트 메인 본문
무슨 의식을 치르듯 진지한 폼으로 커피 갈아 내리고
정성 다하여 밥상을 차리려는 생각은 그 무게가 단 1g이어도
아이고! 내 허리 휘어 오늘은 다 귀찮아귀찮아.
냉장고 쓰윽 스캔하여
도톰하게 저며 냉동한 오징어 링 일곱 개,
콩나물 한 줌, 생표고버섯 청양고추 각 한 개 꺼내어 라면 한 봉에 계란 탁, 후추 톡.
어슷 썬 대파와 다진 마늘은 내 맘대로.
불량식품 같은 그리운 허기.
얼렁뚱땅 마련한 점심 한그릇을 '마일스 데이비스'의 트럼펫과
파김치 배추김치 곁들여 싹싹 다 비우고
난닝구 바람에 유럽산 동결 건조 커피 진하게 한 고뿌.
어럽쇼! 인스턴트가 메인이네.
인스턴트도 행복이네.
훈기
습기
열기
몸에 이로운 것과 해로운 것이
감쪽같이 사라진 2022년 8월 28일.
아니 정말 입춘이 어제 같은데 새치름한 가을이라니,
한 생이 소주 한 고뿌 목구멍 타고 단숨에 꼴깍, 이렇듯 간단하게 넘어가다니.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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