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가을이 학창 시절 쉬는 시간 10분처럼 순식간에 사라지네 본문

잡담 or 한담

가을이 학창 시절 쉬는 시간 10분처럼 순식간에 사라지네

레니에 2022. 10. 21. 22:40

 

 

 

1.

여느 해보다는 좀 이른 한가위.
안 그래도 가을 달 유난한 날인데,

금년 한가위 달은 100년 만에 가장 둥글다고 입가진 뉴스들이 되풀이한다.

 

열정이 아직 여름처럼 뜨거운 사람들은

한밤중에도 순간에 몸을 담그고 푸득푸득 날개를 치고,

나는 시끌벅적한 리조트에 조신하게 널브러져

코앞에 바짝 다가온 애인 같은 그 달과 오붓한 시간을 갖었지.

 

 

2.

어둠 속에 달 있고,

달은 뭉게구름 거닐듯 천천히.

발뒤꿈치를 들고 걷는 아이처럼 살금살금.
점잖은 이 느린 걸음으로 마실 가듯 어슬렁어슬렁.

 

사실 빙글빙글 도는 것은 지구이니 태양이나 달이 뜨고 지는 일이 아닌데,

우주에는 중심 따위가 없다는데 지구 중심형 인간은 아직도 천동설을 믿는 양

허구한 날 "해 떴다, 해 진다, 달이 떴네" 하며 살지.

그런다고 흉 될  거야 없지만.

 

 



3.

마주한 사람들 얘기 귀담아들으며 무슨 헛소리든 명랑하게 떠들다
 함께 한 이들의 달아오른 얼굴 살피고,
이따금 고개 들어 달의 낯빛을 보는데
달빛이 외딴섬 옆에 이부자리 펴고 눕더라.

 

 

4.

그로부터 한 달이 채 못 되어 가을볕 온데간데없고 밤기온이 영상 2도.

가을이 학창 시절 쉬는 시간 10분처럼 화장실 다녀오기도 벅차게 사라진다. 

 

 

 

5.

크게 기쁠 일도 대단히 슬플 일도 없다.

 

철 모르는 마음만 버려도 사는 일이 거뜬하지 싶은데

무심결에 그냥 넘겨 버린 사소한 시절이 그리운 때가 있다.

 

하잘것없는 것에 기대어 사는 때 왕왕 있고,

삶의 찬란과 허접스러움에 몸 둘 바 모르는 때 간혹가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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