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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우주의 내리쬐는 어둠이, 지구가 돋보일 그림자가 돼주고 본문

잡담 or 한담

우주의 내리쬐는 어둠이, 지구가 돋보일 그림자가 돼주고

레니에 2023. 1. 19. 22:38

다누리호가 한눈에 담은 지구와 달.

 


한 백년 진흙 속에 
 숨었다 나온 듯이,  
게처럼 옆으로 
기여가 보노니, 
머언 푸른 하늘 알로 
가이없는 모래밭.

 

정지용 <바다2>


 

 

다누리호가 지구를 떠난 지 145일 만에 달 곁에 안착했다.
그 탐사선은 지구로부터 약 380,000km 거리인 달까지 직진하지 못하고

리본 모양 궤도를 "게처럼 옆으로 기여"갔다.

 

150만 킬로미터를 우회한 끝에

"한 백년 진흙 속에 숨었다 나온"듯한 모래밭의 게처럼

"가이없는" 지구를 바라보았다.

 

 

한국은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셈이지만,

단순 유기체로 시작한 생명이 진화와 기술 진보를 거듭하며

행성의 경계를 넘는 모험을 시작한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인 1968년 미국의 아폴로 8호 우주인들은

달 궤도에 진입하여 최초로 달의 뒷면을 보았고

달에서 지구가 떠오르는 사진(Earthrise)을 찍었다.

 

그들은 아마 세상을 발 아래 둔 자의 황홀한 오만이 아니라

내가 사는 세상과 네가 사는 세상의 연결을 목격하였을 것이다.

 

 

 

우주의 검은 공허 속에 다만 떠있는 우리의 위치를 상기시킨 사진과 글은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이 유명하다.

 

그러나 고작 이 정도의 거리감으로도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중요해 보이던 높이와 깊이, 
모든 분열과 경계, 갈등과 반목이 봄눈 녹듯 녹아내리고,

지구에서 볼 때는 실로 거대한 온갖 다름이 압도적인 크기로 작아져 

소소하고 하찮게 합쳐진다.

 

 

 

https://youtu.be/5JHsaGz-nVs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으로 촬영한 용골자리 성운

 

새로운 이해에 근접하려고

다누리호나 제임스 웹 망원경은 기존 세계를 떠났다.

 

갑각류인 '게'는 신축성이 없는 껍질을 버리며 성장한다.

틀에 갇힌 '게'와 탈피 끝에 거듭나는 '게'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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