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옥의 티 본문
오징어채 안주 삼아 칭따오 무알콜 맥주 마시며
"원소의 왕국"을 읽는다.
책 표지에 구멍이 뚫려있다.
세상을 이루는 핵심 요소인 원소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창 같다.
내가 사는 세계의 내부도 서로 부딪치고 달라붙어 알갱이를 이룬다.
그러다 분리, 붕괴한다.
한낱 물질에 불과한 나의 몸과
사람이 쌓은 업적은 마침내 흔적도 없이 흩어질 것이다.
↓애피타이저 같은 머리말을 맛보려 첫 숟갈을 뜨는데 그만 돌을 씹은 듯하다.
"원소의 왕국의 안내서."
역자가 굳이, 혹은 무심코 곁들인 "의"에 그만 탈이 났다.
글을 다루는 전문가조차
조사 "의"를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남용한다.
원소의 왕국 안내서.
별 의미 없는 "의"는 덧붙이지 않는 게 낫다.
그 다음 문장도 어딘가 이상하다.
"나는 서머셋 몸의 「진노의 그릇」이라는 작품의 머리말을 처음 읽었을 때의 놀라움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문장이 불어터진 면발 같다.
어쭙잖은 내 생각에는 동어반복 같은 '작품의'는 빼거나 옮기고
'읽었을 때'는 '읽던 때'로,
'놀라움'은 '놀람'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기억한다'라고 쓰면 문장이 한결 쫄깃하다.
"나는 서머셋 몸의 (작품) 「진노의 그릇」 머리말을 처음 읽던 때의 놀람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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