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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1. 겨울 시작을 알린 '입동'은 15일 전이었다. 지금부터 15일이 지나면 큰 눈이 내린다는 '대설'이고, 오늘은 첫눈이 내린다 하여 '소설'. 소설(小雪)에 소설(小說)을 읽는다. 문학의 무쓸모를 안 지 이미 오래되었는데, 겨울 채비 바쁜 시기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소설 나부랭이를 읽으려 다른 일을 서두른다. 2. 는 유시민 작가가 추천했는데, 소설에 잠시 동안 시간 주고 돌려받는 기쁨이 상당히 크다. 작가는 발랄한 유머와 경쾌한 문체로 웃음을 자아낸다. 자칫 늘어지기 쉬운 무거운 주제를 농담처럼 가볍게 슬쩍 꼬집는다. 역시 유시민 작가를 싫어할 수는 있어도 그의 안목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3. 세상이 무서운 속도로 변화한다. 이념이 쇠퇴하고 사람들의 의식과 삶의 양식이 크게 달라졌다. 그럼에도 세상..
총리 나이가 몇인데 젊은 기자들 앞에서 아는 척, 잘난 척, 있는 척 그따위 짓을 하나. 영어 잘하고 한국어 실력도 출중한 미국인 타일러 씨는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던데, 총리도 윤석열 면전에서만큼은 한국어만 골라 쓰겠지. 영어도 어중간, 한국어도 어중간, 이것도 저것도 아닌 정체성은 두루뭉술. 내놓고 잘난 체도 유분수지, 에라 이 한심한! ↓안팎으로 새는 바가지, 볼 때마다 민망하고 망신스럽다. 사람 됨됨이 모자라고 행동거지 무례하고 경솔한 대통령은 청약통장을 모를 정도로 세상물정에도 어둡다. 홈에서는 안하무인 방구석 여포인데, 밖에만 나가면 강자에게는 한없이 비굴한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다. 우리 국격도 윤석열처럼 구석에 쳐박혔다. 소통령, 이인자로 불리는 한동훈 씨는 국회에서 빠득빠득 대들지. ..
우리 아버지가 어제 풀 지러 갔다. 풀을 묶을 때 벌벌 떨렸다고 한다. 풀을 다 묶고 나서 지고 오다가 성춘네 집 언덕 위에 쉬다가 일어서는데 뒤에 있는 돌멩이에 받혀서 그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 풀하고 굴러 내려와서 도랑 바닥에 떨어졌다. 짐도 등때기에 지고 있었다. 웬 사람이 뛰어와서 아버지를 일으켰다. 앉아서 헐떡헐떡하며 숨도 오래 있다 쉬고 했다 한다. 내가 거기 가서 그 높은 곳을 쳐다보고 울었다. 안동 대곡분교 3년 김규필, 1969년, 시집 , 양철북 아비가 돌부리에 걸려 중심을 잃고 휘우뚱 기울어졌다. 시를 쓴 아이는 풀 죽은 아비가 마음에 걸려 그가 고꾸라진 곳을 부러 찾아가 운다. 그들이 위에서 아래로 추락하고 주저앉은 지점에서 나도 호흡을 고르며 잠시 쉰다. 엊그제 입동이 지났다. 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