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송영광 (3)
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하지만 말입니다. 솔직하게 말하지요. 솔직하게 말입니다. 저는요, 송관수 김길상 그분들을 우러러 받들 만큼 어리지도 않고 자신을 기만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독립이 될 거라는 달콤한 꿈도 꾸지 않습니다. 내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지도 않습니다. 사람들은 애국애..
"맞는 놈 때리는 놈, 도처에 있는 그런 관계가 없어지겠습니까? 변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그게 어디 밥그릇 크기를 따져서 생긴 일입니까? 진주서 농청과 백정이 싸웠을 때도 이해와 상관없이 순전히 우월감 때문이었습니다. 누군가를 누르고 짓밟지 않고는 못 견디는 인간의 본성." (…) "그렇습니다. 인간의 본성 말입니다. 그 본성, 본성 말입니다. 밥그릇이 크고 작은 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내가 위냐 너가 위냐, 그것 때문에 더 많이 때리고 맞는 것입니다. 개인도 그렇고 민족도 그렇구요. 재물이나 권력이 한 인간의 생존을 지탱하는 데 얼마만큼이나 필요하겠어요? 천재지변이 없는 한 평등이면 굶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보다 많은 재물, 보다 강한 권력을 가지려는 것은 실상 배고픈 것하고 절실하게 관계되는 것..
송관수는 치열하게 살다 갔다. 신분제에 정면으로 저항하며 인간의 존엄을 외쳤다. 그는 형평사운동, 노동자파업, 독립운동에 관여하며 세상의 모멸로부터 그 자신과 가족을 지키려 했다. 관수는 농민이었지만 백정의 딸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백정이란 굴레를 뒤집어썼다. 그 굴레가 대를 이어 아들에게까지 이어지자 깊은 좌절과 자기 비하에 빠진다. 하고많은 것중에 천대와 차별만을 자식에게 유산으로 물려줄 수밖에 없는 부모의 한이란 과연 어느 정도였을까. 송관수의 저항의식은 의병활동과 독립운동을 함께 했던 양반들이나 여느 사람과는 달랐다. 그는 왕의 편도, 민족의 편도 아니었다. 대접받지 못하는 인간의 편에 서서 그는 강쇠와 함께 싸웠다. 관수는 가슴에 못박힌 장남 영광과의 재회를 앞두고 만주에서 콜레라로 죽는다. 한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