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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무슨 의식을 치르듯 진지한 폼으로 커피 갈아 내리고 정성 다하여 밥상을 차리려는 생각은 그 무게가 단 1g이어도 아이고! 내 허리 휘어 오늘은 다 귀찮아귀찮아. 냉장고 쓰윽 스캔하여 도톰하게 저며 냉동한 오징어 링 일곱 개, 콩나물 한 줌, 생표고버섯 청양고추 각 한 개 꺼내어 라면 한 봉에 계란 탁, 후추 톡. 어슷 썬 대파와 다진 마늘은 내 맘대로. 불량식품 같은 그리운 허기. 얼렁뚱땅 마련한 점심 한그릇을 '마일스 데이비스'의 트럼펫과 파김치 배추김치 곁들여 싹싹 다 비우고 난닝구 바람에 유럽산 동결 건조 커피 진하게 한 고뿌. 어럽쇼! 인스턴트가 메인이네. 인스턴트도 행복이네. 훈기 습기 열기 몸에 이로운 것과 해로운 것이 감쪽같이 사라진 2022년 8월 28일. 아니 정말 입춘이 어제 같은데 새..

1. 오늘 아침 기온 18도. 벌써 다 지난 일이지만, 소낙성 강수 잦은 여름이었다. 처음엔 여름 가뭄 씻는 그 빗소리 반가워 한밤중에도 깨어있었지. 얼음땡 하는 아이처럼 앉아 혼자 있는 시간이 위로가 되었어. 그 시간도 차츰 지나니 나머지 비는 골머리 앓는 홍수일 뿐이고, 한 해 농사 망치는 재난으로 바뀌더라. 비 오시길 기다리다 해갈 되면 비가 멈추길 기다리는 변덕은 여전히 오락가락. 아무 데도 가기 싫은 아침인데 날씨가 헤벌쭉 웃으며 지랄이네. 2. 어제 운동량이 지나쳤는지 팔다리가 뻐근하고 뼈마디 저리는데, 날씨가 저 모양이라 쉬고 싶은 몸 따로 나다니려는 생각 따로 마음이 어수선하다. 일단 오전에는 서재에서 소설 을 읽으며 페이지 넘기듯 간간이 뒤척여야지. 김훈 씨의 글은 미문이지만 기름지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