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s
관리 메뉴

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웃음 달 - 박경희 본문

합의된 공감

웃음 달 - 박경희

레니에 2020. 12. 23. 11:10

박경희 시집 「그늘을 걷어내던 사람」 중 <웃음 달> 전문

 

 

 

 

이승에서는 어떻게든 꿈을 이루려 눈코 뜰 새 없이 일손을 놀리더니
저승 가서도 뭐 하느라 바쁜지 코빼기도 디밀지 않더군요.

"그러는 법이 어디 있어요?" 라고 트집을 잡아 따져묻고 싶은데,

어느 날 꿈에 잠시 틈내어 다녀가면 그늘진 마음이 불을 밝히지 않아도 환해져요.

꿈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언감생심 나도 앙큼한 꿈을 꾸었지요.

네, 나는 겉으로는 얌전을 떨면서 속으로 호박씨를 깠어요.

 

만약 꿈에서 깨지 않았더라면 결정적 장면이 뒤이었을 거라고 입맛을 다시지만, 
어머니의 백일몽도 감질나게 뜸만 들이다 끝났나 봐요. 

 

그래요, 필요할 때 없거나 모자라면 안타까워요.

어떤 꿈은 악몽이어서 꿈속에서도 깨어나려 발버둥 치지만,
꿈을 깨면 한낱 꿈이어서 서운하고 미련이 남는 꿈이 분명 있어요.

 

이승이 암만 개똥밭으로 변해도 무시로 향수 코끝에 묻히며 악취를 견디려는데,

그 또한 일장춘몽, 한바탕의 봄 꿈이라고 생각하면 아쉽고 허망해서

선잠을 깬 화풀이로 공연히 애먼 사람에게 흘긋 눈을 흘기곤 하지요.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