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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가타부타 토 달지 말고 자, 비트 주세요! 영화 <위 아 40> 본문

합의된 공감

가타부타 토 달지 말고 자, 비트 주세요! 영화 <위 아 40>

레니에 2021. 2. 26. 10:14

영화 한 편 소비하는 일이 갈수록 쉽다.
극장에 가지 않아도 아무 때나 넷플릭스나 아마존 등에서 골라 보다가
영 내키지 않으면 도중에 그만둔다.

영화 한 편 퍽 쉽게 잊힌다.
대개의 영화는 특별하지 아니하여 예사로운 예측 안에 머문다.
대체재가 시장에 널린 영화의 유효기간은 짧고 영화와 사귄 추억도 바삐 사라진다.

 

 

The Forty-Year-Old Version. Netflix

 

흑백 영화 "위 아 40"은 다채로웠다.
캐릭터의 매력과 찰진 대사, 빼어난 편집 역량이 유머와 함께 흑백 영화 구석구석을 빛냈다. 

인간의 노화는 사실 아무리 "내 나이가 어때서"라며 외쳐도 슬픔이고 때로 수치이며 공포다.
감독은 그 무거운 주제를 목청껏 18번 부르듯 제대로 통제하며 탄력과 활기, 자신감과 재생력을 잃어가는 
중년의 이야기를 쾌활하게 그려냈다.

인내심 부족한 내 엉덩이도 영화에 푹 빠져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잠자코 있었다.
애인과 사랑을 한 후에 담배를 피우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마냥 애인의 몸을 쓰다듬는 듯한 기분 좋은 여운이 뒤따라서

나는 살짝 맛이 간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배시시 웃었다.

 

 

 

 

 

 

체면치레만 생각하고 살다가 그 안간힘을 훌훌 다 털어버리고 

자신이 남몰래 꾼 꿈을 골똘히 들여다볼 때가 있다.
그 소망을 이룬 사람에게는 좋은 음식을 먹은 후에 느끼는 포만감 같은 평온이 찾아오고

인생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꼭 중년이 아니더라도 어느 날은 몸이,

어느 날은 마음이, 

또 어느 날은 삶이 밑도 끝도 없이 트집을 잡고 시비를 건다.

 

평균 또는 기대수명의 절반을 너끈히 살아버린 중년의 자화상은 어쩌면

자코메티의 조각상처럼 뼈대에 아무리 살을 붙여도 허약하고 볼품없겠지만,
자, 그대는 우리 인생에 가타부타 토 달지 말고 비트나 주세요!

"마흔 살엔 성공한 예술가가 되어있을 줄 알았지, 한물간 극작가가 되어있을 줄은 몰랐다.
그래서 다 포기해야 할까? 아니, 내 얘기를 랩으로 해보자. 할 말은 넘쳐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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