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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처음이 아니었다. 벌써 보름째 같은 꿈을 꾸었다. 너무도 선명하게 반복되는 꿈 때문에 하룻밤에 몇 번씩 잠을 깼다. 그사이 체중은 5kg이나 줄었다. 그가 집안일 때문에 고향에 갔던 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부러 잘 먹지 못하는 술까지 마시고 잠들었지만, 여지없이 동일한 꿈을 꾸다 깨었다. "형님, 무슨 일 있어요?" 옆에서 자다가 저절로 새어 나온 한숨 소리를 들은 그의 동생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요즘 걔가 자꾸 꿈에 보인다." 그가 말한 여자는 그와 헤어진 지 십 년이 지난 옛 애인이었다. 두 사람은 십 대 후반에 만나 청춘을 다 쓰며 사랑한 사이였는데 남자의 동생과도 허물없이 지냈었다. 그가 최근의 일을 말하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조금 전에 저도 봤어요. 어제도 ..
C는 그때 스웨덴에 살고 있었다. 요령과 힘만 있다면 얼마든지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 수 있는, 차갑고 단단한 겨울이 오랫동안 녹지 않는 곳이었다. "나 지금 스웨덴이야." 동떨어진 곳이 필요했던 나는 쉽게 빈자리를 찾을 수 있는 넓지 않은 카페에서 20크로나짜리 커피를 마시며 C에게 연락했다. C는 팔짱을 끼고 지그시 노려보듯 잠시 말이 없다가 "설마 내가 보고 싶어서 여기까지 온 건 아닐 테고 목적지가 어디야?"라고 물었다. "잠시 머물 수 있다면 어디든 목적지지." "여전하구나, 나른하고 시니컬한 태도는."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야트막한 언덕을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C가 왔다. 코트를 벗자 C의 탄력 있는 몸매가 매끈한 부츠와 모직 원피스 차림으로 드러났다. C의 깐깐한 성격처럼 여전히 군살은 잘 정리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