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관수 (2)
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토지> 송관수의 유서
송관수는 치열하게 살다 갔다. 신분제에 정면으로 저항하며 인간의 존엄을 외쳤다. 그는 형평사운동, 노동자파업, 독립운동에 관여하며 세상의 모멸로부터 그 자신과 가족을 지키려 했다. 관수는 농민이었지만 백정의 딸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백정이란 굴레를 뒤집어썼다. 그 굴레가 대를 이어 아들에게까지 이어지자 깊은 좌절과 자기 비하에 빠진다. 하고많은 것중에 천대와 차별만을 자식에게 유산으로 물려줄 수밖에 없는 부모의 한이란 과연 어느 정도였을까. 송관수의 저항의식은 의병활동과 독립운동을 함께 했던 양반들이나 여느 사람과는 달랐다. 그는 왕의 편도, 민족의 편도 아니었다. 대접받지 못하는 인간의 편에 서서 그는 강쇠와 함께 싸웠다. 관수는 가슴에 못박힌 장남 영광과의 재회를 앞두고 만주에서 콜레라로 죽는다. 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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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4. 24. 18:59
<토지> 영산댁의 말
"지난날을 생각허믄 모두가 다 후회스러운 일뿐인디 그 후회스러운 날들이 그립단 말시." "이제는 나이도 들고 했는데 편키 살다 가야 안 하겄소." "주막 뜯어 개여라 그 말인디, 넘들도 그런 말 많이 허지라. 그러나 사람 못 보고 워찌 산디야? 오는 사람보고 가는 사람보고 날아가는 까마귀보고도 내 술 한잔 먹고 가라 하고 접은디, (...)" 먼 길 가다보면 피곤하다. 독서도 마찬가지. 책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유로 책이 안 읽히는 날도 있다. 그런 날 영산댁의 말이 정답다. 여봐란듯이 어깨 펴고 걷지 못한 지지부진, 더딘 인생들 예외 없이 받아들였을 주막에 다 늙은 영산댁이 있다. 함께, 술 한잔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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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4. 20. 2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