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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1. 애플티비로 "파친코"를 보았다. 보다 제작비를 4배 정도 쏟아부었다는데 역시나 재능과 자본이 결합할 때 볼만한 결과물이 나온다. 나는 굵직한 줄기보다는 드라마가 소설에서 인상적이던 장면을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했다. 2. 일테면 '양진'이 딸의 결혼예배가 끝나자마자 선자 부부에게 하얀 맨쌀밥을 밥그릇 미어지게 담아 먹이기 위해 시장 쌀가게로 내달려 쌀 한 봉지에 매달리던 모습이 떠올랐다. 소설은 그 장면으로 일제강점기의 수탈을 곱씹으며, 인간의 이기심과 이타심, 생계와 생존에 연관되어 응어리진 한(恨), 그리고 부모 됨의 기쁨과 슬픔을 그렸다. 3. 지금은 김치밖에 모르던 시절이 아니고 외려 흰쌀밥이 푸대접 받는 시대다. 사람들은 쌀을 주식으로 한 식단을 덜 선호한다. 쌀밥은 건강을 해치는 그릇된 ..

1. 를 보았다. 무라카미 하루키 씨의 동명 단편소설은 몇 년 전에 읽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이번에 다시 들춰봤다. 2. 영화는 진퇴양난에 빠진 사람들을 다독여 회복으로 이끄는 줄거리다. 좀 식상한 듯한 그 모티브를 다룬 영화의 러닝타임이 무려 179분인데 전혀 지루하지 않다. 내가 모르던 배우인 "미우라 토코"의 연기를 보는 즐거움, 그녀를 발견한 기쁨이 컸다. 3. 주인이 잘 관리한 빨간색 사브 900(원작에서는 노란색 사브 900 컨버터블)이 정속 주행한다. 상처를 치유하기는 커녕 자기 상처의 진실을 회피하며 침묵을 선택한 어른은 달리고 또 달린다. 상처에서 출발, 혹은 탈출해 회복에 도달하기까지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두려워서 회피하고 싶은 상황을 피하지 않고 그 속으로 들어가 직면하기까지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