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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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된 공감

회피한 상처, 그 출발점으로부터 나아가기 <드라이브 마이 카>

레니에 2022. 4. 2. 14:05

 

 

1.

<드라이브 마이 카>를 보았다.
무라카미 하루키 씨의 동명 단편소설은 몇 년 전에 읽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이번에 다시 들춰봤다.


2.

영화는 진퇴양난에 빠진 사람들을 다독여 회복으로 이끄는 줄거리다.
좀 식상한 듯한 그 모티브를 다룬 영화의 러닝타임이 무려 179분인데 전혀 지루하지 않다.

내가 모르던 배우인 "미우라 토코"의 연기를 보는 즐거움, 그녀를 발견한 기쁨이 컸다.


 

 

3.

주인이 잘 관리한 빨간색 사브 900(원작에서는 노란색 사브 900 컨버터블)이 정속 주행한다.

상처를 치유하기는 커녕 자기 상처의 진실을 회피하며

침묵을 선택한 어른은 달리고 또 달린다.

 

상처에서 출발, 혹은 탈출해 회복에 도달하기까지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두려워서 회피하고 싶은 상황을 피하지 않고 
그 속으로 들어가 직면하기까지 우리는 얼마나 직진해야 할까.

무언가의 영향력에 속박되어 이끌리기보다 자기 주도로 이끌기까지

어른이들은 또 어떤 성장통을 겪어야 할까.


영화는 픽션과 논픽션을 오가고, 운전자가 바뀌며
주인공은 운전석에서 뒷좌석으로, 다시 조수석으로 옮겨 앉는다.
두 남녀는 히로시마에서 홋카이도까지 부유하듯 오가며 허구 같은 현실에 정착하려 애쓴다.

 

4.

영화가 제법 괜찮았다.
평론가들이 상찬한 요소도 좋았다.

다만 여러 장면에서 드러나는 감독의 과잉이 나에게는 

힘이 잔뜩 들어간 박찬욱 감독의 시나리오와 연출처럼 불편했다.

홋카이도에서의 투샷과 판에 박힌 듯한 대사, 엔딩신은 뻔한 클리셰 같아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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