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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리스본행 야간열차 본문

합의된 공감

리스본행 야간열차

레니에 2014. 8. 15. 11:59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는 전제를 말하지 않아도, 모든 시대에는 논리적 오류와 구조적 모순이 있는 것 같다.

말할 것도 없이 모든 개인에게서도 비슷한 결함이 발견될 것이다.


그러나 발견되는 사실은 그 시대와 개인의 진실이 아니라,

관찰자의 기준에만 부합하는 사실일 수도 있어서 저마다 다르게 읽히고, 

다르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한 시대와 한 개인에 대해서 잘 말하는 건 항상 어렵다.















영화의 주인공인 그레고리우스가 연구하는 언어에는 보편성이 없었다.

그것은 어쩌면 생각의 바깥, 자아의 바깥을 인정하지 않은 채 보호벽을 쌓곤 하는 우리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그는 늘 그래왔듯, 성실하다.

그것은 우리가 원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그것이 그레고리우스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었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영화에는 포르투칼의 아픈 현대사가 등장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광폭한 시대를 종결시킨 거대한 혁명이 아니라,

개인들의 삶에 필요했던 사소한 혁명이었다고 생각된다.


등장인물 모두에게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자기만의 심연이 있었지만

그들은 그것을 드러내거나 극복하지 못했다.


이는 끝내 화해의 접점을 찾지 못한 부자와 모자 관계, 남매와 연인 사이나,

친구 관계에서 발견되는 잘못인 것 같다.


그것은 부정과 모정, 존경과 우정, 신의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채

모두의 삶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것이 가능했던 까닭은,

우리안에는 타인과 자신에게 솔직하고픈 용기가 있지만,

 그것을 실천하지 못하는 비겁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레고리우스의 여행이 의미가 있었던 건,

혁명의 진정한 의미를 시대가 아닌, 자기안에서 발견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한 개별적 존재에게 가장 위대한 혁명이란, 자기안의 무언가가 외적인 것에 굴복하거나,

억압당하지 않게 지켜내는 것일테고, 혁명의 시작이란 그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부터 출발하는 거니까.



어쩌면 살아가는 일이란, 타자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인정하는 일인 것 같다.


 익숙한 동일성에 안주하거나 위안받지 않고,

세상의 타자성을 당당히 인정하며 생을 욕망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자기 내면의 저항을 극복하는 진정한 혁명이 아닐까.



살아가는 일은 열차를 타는 것과 같다는 생각도 한다.

나이를 먹어가며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지만,

그렇다고 삶의 오류를 즉시 수정할 수 있는 탁트인 조망대를 갖는 것도 아니라서,

우리는 끝내 한쪽의 전망만을 경험하는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막연히 다른 세상을 꿈꾸는 불치병을 병없이 자주 앓아야 하는 허약함도,

삶이라는 기차가 내 의지와는 다르게 정차하거나 탈선할 수 있다는 사실도,

 끝내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 박대홍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원작인 영화 <프라하의 봄>에서

사비나 역을 맡았던 레나 올린을 오랜만에 만났다.


시간의 지속성이 앗아가는 것도 있는 반면에,

지켜지거나 새롭게 탄생하는 매력도 있다는 걸 느꼈다.



이미 언급한 적이 있는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최근에 읽은 책들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간단한 구조 속에 담아놓은 깊은 철학적 사유가 밀란 쿤데라나 알랭 드 보통과 비슷하다.


삶은 오늘도 기쁨과 함께,

불가피한 불편 몇 가지를 맛보게 해줄 것이다.


오늘, 내가 나에게, 이렇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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