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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자두 - 이상국 본문

합의된 공감

자두 - 이상국

레니에 2017. 6. 29. 20:59

 

 

 

 

 

 

 

 

 

 

어머니의 잘못은 아닌데도

막거나 피하지 못한 가난이 있었나 보다.

 

대학 보내달라는 자식에게 기꺼이 져주고 싶었을 테지만,

그녀의 빈곤은 '나는 너를 사랑한다'와 '미안하다'를 겨우 누룽지로밖에 말하지 못한다.

 

그녀는 타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삶을 미리 일러주듯,

구차해도 먹이는 먹고, 살겠다고 버둥대며 계속 살아가라고  

누르고 누른 속 같은 누룽지를 넣어준다.

뒷전으로 밀린 아들은 '스스로 투쟁의 깃발을 내리는' 걸로 그에 응답한다.

 

'동네가 다 나서도 서울 가긴 틀린' 가난이니

서로는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훗날 아들이 떠난 고향 집에 남은 어머니는 해마다 그때의 가난 같은 자두가 주렁주렁 열리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봤을지 모른다.

 

삶에서 당당히 직진하고 싶었던 우리에게, 

통제에 따르라 경고하며 꿈의 지체를 유발하던 노랗고 붉은 신호등 같은 자두를.

 

 

 

다해도, 가난 따위는 하지 않겠다고

땀나게 산 사람들은 지금 뭐가 됐을까.

 

자두처럼 '시간'을 참으며 떨어지려는'중력'을 잘 견뎠을까.

어르고 달래는 어머니의 누룽지 같은 현실에 그만 순응했을까.

꿈을 이루겠다며 막무가내로 매달린 설익은 것들은 과연 어디서, 무엇을 얼마나 관철했을까.

 

 

어느 것을 더 중요하게 보느냐에 따라 평가는 달라지겠지만,

시인은 배부르고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는 실패했을지 몰라도

좋은 시를 쓰는 데는 성공한 듯하다.

 

나는 이 시를 보고 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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