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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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서희의 눈물

레니에 2018. 5. 1. 18:59

 

 

서희는 흐느껴 울었다.

소매 속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눈물을 닦았으나 흐르는 눈물은 멎지 않았다.

그가 앉은 별당, 어머니 별당아씨가 거처하던 곳,

비로소 서희는 어머니와 구천이의 사랑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과연 어머니는 불행한 여인이었던가,

나는 행복한 여인인가 서희는 자문한다.

어쨌거나 별당아씨는 사랑을 성취했다.

불행했지만 사랑을 성취했다.

구천이도, 자신에게는 배다른 숙부였지만 벼랑 끝에서 그토록 치열하게 살다가 간 사람,

서희는 또다시 흐느껴 운다.

일생 동안 거의 흘리지 않았던 눈물의 둑이 터진 것처럼.

 

<토지 16권 중>

 

 

 

 

 

박효영의 자살 소식을 들은 서희는 연신 눈물을 흘린다.

서희도 박 의사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서희는 속을 드러내지 않았다.

좋아도 좋은 티를 내지 않았고 싫어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웃을 일과 울 일이 없었던 건 아니다.

 

서희에게도 희로애락이 악착같이 따라다녔다.

 

 

최참판가를 재건하는 자신의 오랜 꿈은 이루어졌지만 그 꿈에 쫓긴 서희가 

박효영의 죽음을 계기로 고백하듯 감정을 드러낸다.

 

자신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긴 생모와 구천이.

치욕으로 느꼈던 그 사랑을 중년의 서희가 이해하며 그들과 화해하고

삶에는 시간이 가르쳐주는 것도 있음을 깨닫는다.

 

 

 

 

<비포 시리즈>의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만든 영화 『보이후드』에서 

중년의 엄마는 대학생이 되어 떠나는 아들 메이슨 앞에서 울며 토로한다.

 

"결국 내 인생은 이렇게 끝나는 거야.

결혼하고 애 낳고 이혼하면서.

이제 뭐가 남았는지 알아? 내 장례식뿐이야!

 

 

난 그냥, 뭔가 더 있을 줄 알았어!"

 

 

 

최치수의 정신적 학대와 좁은 별당만이,

이사부댁 여인들처럼 명분만이,

그저 그것만이 전부였다면 인간에게 그것은 모욕이고 억압이며 고통이다.

세상의 눈이 두려워 주눅들고 자신을 기만한다면 그 역시 불행이다.

 

하고많은 결핍 중에는 사랑의 부재도 포함된다.

김환과 별당아씨처럼 사랑의 가치를 믿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면 안 된다고? 왜? Why n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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