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s
관리 메뉴

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자기발견은 나를 잃지 않는 지름길 - 캐롤 본문

합의된 공감

자기발견은 나를 잃지 않는 지름길 - 캐롤

레니에 2016. 4. 30. 07:59




늘 내비를 켜놓고 다녔다.

익숙한 길도 내비가 없으면 불안할 만큼 길들었으니까.


'좀 쉽게 살아가자' 생각했었다.

















캐롤은 내비를 믿지 않았다, 그녀는 북극성을 믿었다



길을 찾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방식은 비슷해서

스마트 폰이나 내비게이션을 활용한다.

그러다 문득, 내비도 믿을 수 없구나, 싶은 때를 만난다.


앉아서도 지구 곳곳을 훤히 볼 수 있는 시대지만

사람의 세계, 관계의 세계에선 여전히 헤매기 일쑤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세상보다 더 모호하고 낯설 때가 많아서

과학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어떤 선택은 끝내 사람의 몫으로 남는다.
















북극성은 하늘에 걸어놓은 지도




잠시의 나들이를 위해서는 북극성이 필요치 않지만

걸어가야 할 거리가 만만하지 않을 때 그 별은 가장 현실적인 방향이 된다.


옆길로 새도 거기 있음으로써 나를 있게 하는 이정표처럼

살아가는 일이 종종 산 넘어 산 같을 때일수록 북극성 같은 한결같은 사람 하나 있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를 절감한다.

















캐롤과 피노키오




길을 찾아본 사람은 

'자기 위치 확인'이 길 찾는 데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안다.


나도 모르게 사용한 '내가 누구인지'를 무엇보다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이다.

왜냐면, 그 과정이 선행돼야만 삶이라는 장소의 의미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극성은, 길을 찾기 위해 애쓰는 사람에게 자기 위치 확인에 대한 근거는 항상 우리 안에 있으며 

우리에게는'길을 찾을 자격이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



누구나 아는 '피노키오'는 사회적 규범에 무턱대고 순응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자기 발이 불에 타들어 가도 모르는 나무토막이 아니라 자기 안에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에

두근거리는 심장 같은 진정한 내 것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피노키오가 마침내 진짜 사람이 되었듯이, 

캐롤은 꼭두각시처럼 다른 무엇으로서가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법을, 살아남는 법을 선택함으로써

진짜 캐롤이 되었다.


다수가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하는 소수의 삶은 그 선택의 대가로 더 많은 희생과 용기를 써야 하지만

모든 위작은 다만, 진품처럼 꾸며진 것일 뿐이니까.
















자기발견은 나를 잃지 않는 지름길




배운 바는 있지만 경험한 바는 없어서 퀴어 영화로만 보이지는 않았다.


<브로크 백 마운틴>과 <해피 투게더>가 그러했듯이

적어도 두 명의 인물이 있다면,

적어도 두 방향으로 읽혀야 한다는 사실이 보였고,

무한 우주에는 무한의 의미가 있을 테니 좁게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북극성이 길잡이별이라면,

그 별의 효용은 움직이며 나아가는 사람에게만 있다.

머물러 있다면 북극성이나 내비는 소용이 없다.


살아가다 어느 지점에선가 조난된 것같을 때

북극성을 바라보면 지금 서 있는 곳의 위치 정보를 알게 되고

잘못 놓인 나를 파악해서 방향을 전환할 수 있다.

마음이 분잡스럽게 돌아다니는 것 같은 갈피를 잡기 힘들 때일수록 자기발견이 중요한 이유다.



북극성과의 거리는 430광년,

그러니까, 우리는 임진왜란 때쯤 출발해 달려온 빛을 지금에야 보고 있다. 


조바심내지 말자,

삶의 여정 어디에서건 최고의 길잡이별은 항상 사람이다.













- '케이트 블란쳇'의 비언어적 연기는 영화를 한층 아름답게 빛나게 한다.

예컨대 그녀는 불안과 긴장 같은 감정선을 언어 없이 화면에 제대로 반영할 줄 아는 배우다.


<블루 자스민>에서 애매한 심리를 명징하게 연기했듯이,

  대사 아닌 것을 대사보다 더 대단한 것으로 표현한다. 



ⓒ 박대홍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