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시 - 이정록 본문
시
어머니학교10
시란 거 말이다
내가 볼 때, 그거
업은 애기 삼 년 찾기다.
업은 애기를 왜 삼 년이나 찾는지
아냐? 세 살은 돼야 엄마를 똑바로 찾거든.
농사도 삼 년은 부쳐야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며
이 빠진 옥수수 잠꼬대 소리가 들리지.
시 깜냥이 어깨너머에 납작하니 숨어 있다가
어느 날 너를 엄마! 하고 부를 때까지
그냥 모르쇠하며 같이 사는 겨.
세쌍둥이 네쌍둥이 한꺼번에 둘러업고
젖 준 놈 또 주고 굶긴 놈 또 굶기지 말고.
시답잖았던 녀석이 엄마! 잇몸 내보이며
웃을 때까지.
이정록 시집 『어머니학교』중 <시> 전문.
자고로 술이란 말이여
목넘김이 좋아야 써야.
입에서 쓴맛 신맛 단맛이 남시로
알싸하니 훑으면서 내려가야댜
사람들은 독한 술이 뒤끝도 없다는 디
그거 다 뭘 모르는 소리여
멋모르고 막 먹었다간 속쓰리고 골만 아퍼야
존 술은 마실 때도 깔끔한 것이
뒤끝도 개운한 디
한마디로 앞끝 뒤끝 다 없어야
시는 안 그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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