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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의자 - 이정록 본문

합의된 공감

의자 - 이정록

레니에 2017. 11. 28. 06:22



의자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밭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이정록 시집 『의자』중 <의자> 전문.







주저앉고 싶던 끈질긴 유혹을 견뎌낸 어머니가 

견디는 것들의 속내를 알아보신다.


어머니 보다 말 높고

학벌 높고

책벌 높은 나,

세로로 세워도 한 자도 안 될 시 높이보다 낮게 엎드린다.


이제서야 

어머니 앉은키 앞에 무릎 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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