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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물 - 이정록 본문

합의된 공감

물 - 이정록

레니에 2017. 12. 5. 07:59





어머니학교 12




티브이 잘 나오라고


지붕에 삐딱하니 세워논 접시 있지 않냐?


그것 좀 눕혀놓으면 안되냐?


빗물이라도 담고 있으면


새들 목도 축이고 좀 좋으냐?


그리고 누나가 놔준 에어컨 말이다.


여름 내내 잘금잘금 새던데


어디에다 물을 보태줘야 하는지 모르겄다.


뭐가 그리 슬퍼서 울어쌓는다니?


남의집 것도 그런다니?



이정록 시집 『어머니학교』 중 <물> 전문.










잘살고픈 욕망을 가지고 있기는 어머니나 나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좋은 거 먹고 싶고

좋은 거 입고 싶고

좋은 데 가고 싶고

내 자식 잘 되는 거 누구보다 바라고.


한데, 사는 건 고행길.

얼었다 녹았다 하는 진창에 빠져 신발과 양말이 젖고

발끝 얼어붙는 한기를 느낀 때가 누군들 없었을까.


그래도 어머니는

응어리 든 맘으로 누구한테 심술부리지 않고

세상에 부아 내지 않는다.


누가 목마른지,

누가 우는지

어머니는 늘 제정신이다.


아무 말 대잔치가 벌어지는 정신없는 세상.


누가 들어도 좋은 말은 갈수록 적고

누가 들을까 겁나는 말은 너무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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