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s
관리 메뉴

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토지> 이용과 영팔의 대화 본문

합의된 공감

<토지> 이용과 영팔의 대화

레니에 2018. 3. 29. 17:19

 

 

 

 

 

 

한참 동안 말없이 걷다가 영팔이 입을 연다.

"나는 니가 온다니께 이자는 살 성싶으다. 우떡허든지……."

 

"……."

 

 

(…)

 

 

"멩이 붙었다고 머 고마울 것 하낫도 없다.

윤보형님은 그렇기 잘 죽었지.

죽을 때 말마따나 육신을 벗어던지고 훌훌 잘 날라갔지 머."

 

 

사십이 넘은 두 사내는 별빛을 밟고 주거니 받거니, 헤어질 줄 모르고 간다.

 

서로의 마음에 친구 이상의 것이 짙게 흐르고 있다.

한 살갗 한 피 같은 것이,

여자에 대한 그리움과는 또 다른 그리움,

그것은 서로를 통하여 고향을 느끼는 때문인지도 모른다.

고향, 어쩌다가 고향을 잃었는가.

 

 

<토지 2부 1권 중>

 

 

 

 

 

 

간도로 피신한 용이와 영팔이가 헤어지는 장면이다.

'고향'이란 단어가 단순한 지명으로 읽히지 않는다.

 

우려할 일은 고향을 떠나온 게 아니라 다른 유형의 고향을 상실한 것이다.

 

 

"그렇지마는 고향 돌아가는 일이 그리 쉽겄나."

용이의 말처럼 사람은 매순간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지점에 도착한다.

 

시대마다 새로운 마스터플랜에 의해 허허벌판에도 유토피아 같은 신도시가 세워지지만

그럴수록 어떤 의미의 고향을 점점 더 상실한다.

 

그들이 설령 고향에 돌아가도 사람과 인심, 산천이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을 것이다.

 

 

이 장면 이후에 혼자 걷던 경상도 남자 용이는 홀로 가던 전라도 남자 주갑이를 만난다.

 

삶과 죽음이 늘 가깝고 끊임없이 이어지듯

헤어짐 뒤에 또 다른 인연이 그렇게 또 삶을 짓는다.

 

 

 

 

'합의된 공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지> 기화의 독백  (0) 2018.04.02
<토지> 공월선과 이용의 마지막 대화  (0) 2018.03.30
<토지> 금녀  (0) 2018.03.29
<토지> 길상의 말  (0) 2018.03.28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0) 2018.02.24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