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s
관리 메뉴

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토지> 용이와 홍이의 대화 본문

합의된 공감

<토지> 용이와 홍이의 대화

레니에 2018. 4. 8. 09:59

 

 

"홍아."

 

"예."

 

"니하고 나하고는 시작도 못하고… 내가 늙어부린 것 겉다."

홍이는 고개를 떨구었다.

무엇을 시작해 보지도 못하였는가 잘 알겠기 때문이다.

부자간의 정의도 나누어보지 못하고, 그리고 죽을 날이 가까워왔다는 뜻이었던 것이다.

 

 

(…)

 

 

"니는 이곳에 정이 안 들 기다.

그라고 니가 이곳에 있어 머하겄노.

얽매이서 사는 것은 내 하나로 끝내는 기다.

니 뜻대로 한분 살아보아라.

내 핏줄인데 설마 니가 나쁜 놈이야 되겄나."

 

"아, 아부지이!"

 

 

<토지 3부 1권 중. 나남출판>

 

 

 

 

 

 

 

 

 

중풍으로 쓰러진 이용(龍)이 평사리로 돌아왔다.

 

아들 홍(弘)이를 데리고 선영에 간 용이는 

생모에 대한 증오와 젊은 날 자신이 안팎으로 표출한 갈등과 분노에

상처 받아 비뚤어져 가는 홍이에게

얽매여 사는 것은 그 자신으로 끝나야 한다고 말한다.

 

인연이라는 가느다란 선이, 어느 순간 당위라는 굵은 쇠사슬이 되어 자신을 옭아맸으므로

용이는 혹여 아들을 붙들 자식의 도리나 책임, 역할이라는 연결 고리를 끊어버리며 등을 떠민다.

 

그리고 덧붙인다.

 

"내 핏줄인데 설마 니가 나쁜 놈이야 되겄나."

 

 

악독한 임이네가 자신의 생모라는 사실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홍이에게 

비록 가난했지만 어질고 너그러웠던 아비 용이의 '내 핏줄'이라는 말은 가장 적절한 인정이며 커다란 위로였을 것이다.

 

"아, 아부지이!"

 

홍이는 울었다.

용이는 홍이에게 용정에 외롭게 묻힌 월선의 이장을 유언처럼 부탁했고.

 

 

 

 

 

 

 

 

 

 

 

 

 

 

 

 

 

 

 

'합의된 공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지> 복동네의 죽음  (0) 2018.04.11
<토지> 서의돈의 말  (0) 2018.04.10
<토지> 길상과 한복의 대화  (0) 2018.04.07
<토지> 임이네  (0) 2018.04.07
<첨밀밀> 그래, 그런 영화가 있었지  (0) 2018.04.06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