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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토지> 석이의 단상 본문

합의된 공감

<토지> 석이의 단상

레니에 2018. 4. 11. 09:59

 

 

하늘에는 은하가 뚜렷하게 흐르고 있었다.

석이는 비극적인 복동네 죽음이 묘하게 희극적인 것으로 착각한다.

 

봉기에 대한 증오감조차 묘하게 절실치가 않았고, 사람의 사는 모습들이 모두 광대(廣大)만 같다.

무궁한 곳에 무궁한 은하가 흐르는데-.

 

(…)

 

견딜 수 없는 슬픔이 치민다.

산다는 것이 통곡인 것만 같아.

오뉴월, 커가는 새끼를 먹이려고 야위어진 까치 생각을 한다.

봉기 늙은이도 그 야위어지는 까치 한 마리였다는 생각을 한다.

강물이 희번득인다.

밤에도 쉬지 않고 흐르는 강,

세월의 눈금도 없이 흘러가고 있다.

오만하고 냉정한 젊은 여자같이 강물은 혼자 흐르고 있다.

 

(…)

 

미워할 수가 없었다.

한 철을 사는 나비가 부드러운 속잎을 찾아서 알을 까는 일이며,

파헤쳐진 흙더미 속에서 알을 먼저 피난시키는 개미며,

벌레 중에는 애벌레의 먹이가 되는 수컷이 있다던가.

석이는 문뜩 그 신비한 조화(造化)를 생각한다.

도시 본능은 무엇인가 생각한다.

 

<토지 3부 3권 중>

 

 

 

 

 

 

 

 

사람이 제 형편에 따라 쏟아내는 말은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처럼 줏대 없다.

 

아무리 허물 없이 살기 힘든 게 사람 살이고

별의별 일이 다 벌어지는 세상이어도

사람이 본능에만 갇히지 않기에 짐승하고 구분되는 게 아닐까.

 

먹고사니즘에 집착하는 본능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자가 의미를 가진다.

윤보 목수와 봉기는 다르고 길상과 두만이도 구별돼야 한다.

 

마음 독하게 먹고 선하게 사는 사람과

독종 '동탁'은 엄연히 다르게 평가되어야 한다.

 

그런 기준조차 다 무시되고 분별마저 희미해진다면

세상엔 배고픈 개돼지와 배부른 개돼지와 제 편한 자리만 고집하는 고양이가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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