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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토지> 환이 본문

합의된 공감

<토지> 환이

레니에 2018. 4. 11. 10:59

 

 

 

"차가운 빙하 같았던 생애.

먼곳에서 찬란하게 빛을 내던 사람들,

인생은 보석의 빛이 결코 아니요 뿌옇게 타오르는 모깃불,

목화씨 같은 것이란 생각을 한다.

그리고 자신의 발자취는 순전히 역행이었다는 생각도 한다.

 

(…)

 

환이는 자신의 생애가 성인의 길이 아니었음을 새삼스럽게 생각한다.

투쟁과 방랑과 애증(愛憎)과 원한의 가파로운 고개를 넘은, 평지가 오히려 발끝에 설었던 오십 평생은 

마음과 몸이 피로 물들었던 것처럼 격렬했었다.

 

환이는 무엇 때문에 살고 죽는 것인지 그것을 생각한다.

언제든지 떠날 수 있게 여장을 다 꾸려놓고 떠나기만을 기다리는 그 얼마 남지 않았을 시간에

열리지 않을 벽을 두드려본들 무슨 소용인가.

눈을 감은 채 환이 싱긋이 웃는다."

 

 

<토지 3부 3권 중>

 

 

 

 

 

 

 

 

 

"그 꽃 따서 화전을 만들어 당신께 드리고 싶어요."

 

환이는 생각한다, 속절없이 져버린 봄꽃 같은 삶들을.

영겁의 세월이 흐르고 있을 저 머나먼 곳에서 별당아씨와 해후할 수 있는가를.

 

김환은 질서에 적응하거나 순응하지 않았다.

그의 삶은 운명을 거역하고 번번이 관행을 따르지 않는 역행이었다.

그의 출생은 생모 윤씨부인에게, 그 자신의 자존감에, 주변 사람들에게 큰 상처를 냈다.

 

지천명은 하늘의 뜻이 아닌 자신의 한계를, 염치를 아는 나이인가?

이제 세상에는 그를 붙들 관념도 붙잡을 사람도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저기에 다 있다는 그 흔한 희망을 살아서 조우하지 못한 나이 오십의 환이는 결심한다.

"더 늙으면 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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