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s
관리 메뉴

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토지> 주갑의 말 본문

합의된 공감

<토지> 주갑의 말

레니에 2018. 4. 14. 09:59


"서러운 사램이 많으면 위로를 받은께.

나보담도 서런 사램이 많은께 세상을 좀 고맙기 생각허게도 되제요.


조선에 남았이면 그 더런 놈의 왜놈우 새끼 똥닦개나 됐일 것이오.

누가 뭐라 뭐라 혀도 여기 온 사람들, 나쁜 놈보담이사 좋은 사람이 많질 않더라고?

이 주갑이야 본시부터 사람도 재물도 없는 혈혈단신, 잃을 것이 개뿔이나 있었간디?


사람 잃고 재물 내버리감시로 설한풍 모진 바람 마시가며 내 동포 내 나라 생각허고 

마지막 늙은 목숨 바친 어른들 생각허면...... 목이 메어 강가에서 울 적에 별도 크고오

물살 소리도 크고 아하아 내가 살아 있었고나, 목이 메이면 메일수록 뼈다귀에 사무치는 설움,

그런 것이 있인께 사는 것이 소중허게 생각되더라 그 말 아니더라고?"


<토지 3부 4권 중>









그 남자에겐 염치가 있다.

강단 있고, 자유 있고, 줏대 있고, 자존감 있고, 눈치 있고, 의리도 있다.


큰소리쳐야 할 때 큰소리 칠 줄 알며

울어야 할 때 크게 울 줄 알아 눈물도 많다.


다만 주갑이에겐 힘 있는 나라와 돈은 없다.

남모르게 연모했던 봉순이도 이제는 가고 없다.

그 역시 양립불가능한 삶의 조건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셈이다.



모든 씨앗이 토지에서 자리매김하는 일이 어찌 쉬웠을까.


서로를 지배하기 위해 투쟁하느라 바쁜 세상.

잘 살기 위한 몸부림이 치열한 세상.

주갑은 살길을 찾아가는 씨앗을 연민하는 마음을 추슬러 자기만의 언어로 풀어낸다.


<토지>에서 유일하게 들려오는 전라도 사투리는 작가가 그를 남다른 애정으로 그려내고 있음을 말해준다.


웃을 일 없던 <토지>는 12권에 이르러서야 잠시 주갑이 덕분에 웃는다.
























'합의된 공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지> 숙이  (0) 2018.04.16
<토지> 양현  (0) 2018.04.14
<토지> 소지감의 말  (0) 2018.04.13
<토지> 봉순이  (0) 2018.04.12
<토지> 환이  (0) 2018.04.11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