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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토지> 홍이 본문

합의된 공감

<토지> 홍이

레니에 2018. 4. 17. 16:59



그것은 혈기였으며 자기 추구였으며 어떤 의미에서는 지순한 것, 방종 뒤켠에 숨겨진 맑은 것, 진실이었을 것이다.


끝도 시작도 없었으며 풀지도 맺지도 못하는 몸부림과 쓰라렸던 것.

그것은 살기 위하여, 살아남기 위하여 적당한 곳에서 매듭짓고 적당한 곳에서 풀어버리고…… 해를 따라가는 해바라기,

나뭇잎 뒤켠에 알을 까는 곤충, 나무는 비옥한 흙을 향해 뿌리를 뻗는 섭리다.


인간의 방편도 그 섭리에 속하는 것인가.

망각과 상실의 강도 그 섭리에 속하는 것인가.

도시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그르냐!

사람은 해바라기가 아니다. 곤충도 아니고 한 그루 나무도 아니다.


그것들이 생명을 향한 비밀이 있듯이 사람도 생명을 향한 비밀이 있겠으나,

그게 바로 방편일 수는 없다.

방편은 오히려 인위요 섭리에 반하는 것일 수도 있다.


홍이는 부친과 자신을 비교해본다.


()


'아버지는 사람의 도리를 믿었고 추호도 의심치 않았다.

그 도리에 어긋나지 않으려고 아버지는 고통스럽게 자신을 다스렸던 분이었다.

그분에게는 보리밥 쌀밥의 차이를 헤아리지 못하는, 마음으로 먹고 사는 면이 있었다.'




그 도리라는 것을 뚫고 진실을 보려고 허우적거리다가 돌아와서 자신은 쉽게 지위수단으로 이기주의를 취하지 아니했는가.

제 앞만 쓸고 사는 인간이 되었다.

피는 차디차게 식어버렸으며 먹고 자고 일하며 생식. 

그것이 전부인 해바라기나 곤충이나 한 그루 나무와도 같이.


지금 병마개를 따면 그 속은 텅하니 비어 있을지 모를 일이다.


<토지 4부 1권 중>







이용의 아들 홍이가 갈등한다.

머리맡 어지러운 나이가 된 그는 척박한 토양에서 발현하기 위해 고투한다.


아마 연거푸 나이를 먹어도 갈등은 잇따를 것이다.


사람이 저 자신을 들볶는 일을 멈출 때 평화가 찾아오지만 역설적으로 성장을 멈춘다.

그러니 사는 동안은 계속 회의하고 질문하고 가장 먼저 쉽게 타협하려는 자기 자신과 투쟁 할 것이다.



그러다 미적미적 늙으면 어떤 일을 '적당히 매듭짓고 적당한 곳에서 풀어버리는' 미온적 대처도

사는 데 큰 방편이었다고 씁쓸히 깨닫거나 자위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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