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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토지> 명희 본문

합의된 공감

<토지> 명희

레니에 2018. 4. 18. 10:59


조용하하고 결혼을 생각한다.

얼레설레 아차! 하는 사이에 이루어졌던 결혼.

그가 귀족이 아니었고 자산가가 아니었고 교욱받은 신사가 아니었고,

그랬다면 과연 결혼이 이루어졌을지 그것은 의문이다.


차디찬 분빛과 창백해 보이는 지적인 용모에 명희 마음이 조금은 끌렸던 것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쾌적한 곳에서 풍파 없이 자신을 달래가며 살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때 상황은 꽃과 관계가 없고 저 푸른 하늘과도 관계가 없고 음악회, 그 분위기와 관계가 있었는지 모른다.


아아 하며 명희는 자기 자신에 대한 수치 때문에 비로소 입술을 깨문다.


<토지 4부 1권 중>







"적을 미워하지 마라, 판단을 그르친다."

영화 『대부』에서 아버지는 아들에게 눈앞의 감정에 사로잡히면 전체를 보지 못함을 강조한다.


귀족의 변덕스럽고 고상한 취향이 선택한 물건으로 분류된 여자.

명희는 이상현에게서 받은 모멸과 수치심에 한껏 부응해 조용하와 결혼한다. 


자기 아닌 것에 자신을 맡겨버린 비극.

제대로, 진지하게 하지 않았던 선택이 부메랑이 되어 그녀를 나락으로 떠민다.



그러나 세상 쉽게 안 끝난다.

힘에 부쳐도 그 지점이 새로운 시작.

살다가 똑같은 장면에서, 똑같이 반복하는 미련함이 아니라면 상처도 무의미하지만은 않다.

마음먹기에 따라 거기까지가 상처다. 더는 아니다.


참고 산 세월이 많을수록 감당해야 하는 회한도 커질 텐데 그쯤이어서, 

그 정도여서 그나마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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