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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토지> 오가타 지로의 말 본문

합의된 공감

<토지> 오가타 지로의 말

레니에 2018. 4. 19. 14:59

 

"애국, 애족만 내세우면 범죄도 해소되는 그 기만을 수긍할 수가 없다.

그리고 나는 민족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약육강식의 민족주의를 부정했을 뿐이야."

 

 

(…)

 

 

 

"애국심이나 국수주의는 출발에 있어선 아름답고 도덕적이다.

그러나 그것이 강해지면 질수록 추악해지고 비도덕적으로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게다.

빼앗긴 자나 잃은 자가 원망하고 증오하는 것은 합당하지만,

또 민족주의를 구심점으로 삼는 것은 비장한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도끼 들고 강탈한 자의 애국심,

민족주의는 일종의 호도 합리화에 불과하고 진실과는 관계가 없어.

 

흔히들 국가와 국가 사이, 민족과 민족 사이엔 휴머니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들 하지.

그 말은 국가나 민족을 업고서 저지르는 도둑질이나 살인은 범죄가 아니라는 것과도 통한다.

 

하여 사람들은 얼굴 없는 하수인, 동물적인 광란에도 수치심 죄의식이 없게 된다.

군중은 강력하지만 군중 속의 개인들은 무책임하고 방종하다.

 

권력이 그것을 조종할 때 권력은 인간의 부정적인 면 포악한 속성을 식지(食指)가 움직이는 곳으로 풀어주고

사냥해온 물소의 고기 한 점 던져주면서 국수주의의, 애국 애족의 이리를 만드는 거지.

 

박애주의다, 평등이다, 그 밖의 수없이 많은 슬로건은 일주일에 한 번씩 바뀌는 극장 앞의 영화 프로와 같은 게야.

 

사실 우리는 조선을 동정하기 앞서 우리 자신을 동정해야 하며

약자에게 포악할 자유만이 허용되는, 그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토지 4부 1권 중>

 

 

 

 

 

 

한때 일본의 천 엔 지폐 모델은 '이토 히로부미'였다. 

그것은 일본이 역사의 객관적 평가를 얼마나 등한시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였고

탄압과 착취를 당한 이웃 나라에 대한 모욕이었다.

 

전후 보상은 단순히 돈을 지급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간과될 때

역사는 언제든 예전과 거의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는 강력한 암시였다.

 

 

오가타의 말은 일본의 자성을 촉구하는 데에 국한되지도 않는다.

 

일본의 행태는 과거 청산 문제와 함께

타민족과 다른 국가를 향한 우리 안의 배타적 태도를 다시금 되새겨 보게 한다.

 

애국과 애족을 내세운 거창하고 우렁찬 구호와 깃발이 여전히 벌건 대낮에 활개를 친다.

누군가가 생존을 외치고 권리를 주장하면 좌빨, 빨갱이로 매도한다.

 

온갖 방식으로 진화해 더더욱 은밀히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수주의와 민족주의, 종교 등은

언제든, 필요에 따라 증오와 광기를 내포한 강력한 무기로 돌변할 수 있다.

 

 

 국가와 민족, 종교라는 울타리는 모두에게 필요하다.

그러나 그 안에 안온하게 숨어 타민족과 자국민을 힐난하고, 폄훼하고, 조롱하고,

억압하며 공격하는 일에 동참하는 행위는

중동뿐만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 광범한 일상에서 너무도 쉽게 일어난다.

 

오가타도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배척당했다.

 

 

하여 작가는 연학의 독백을 통해 그 위험을 경계하고 주의를 환기한다.

 

'잘났다고 세상에 쩌렁쩌렁 울리는 놈 십중팔구 야바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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