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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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된 공감

<토지> 춘매의 말

레니에 2018. 4. 23. 14:59

 

 

"봄아 봄아, 우찌 그리 더디 오노. 고봉준령 넘니라고,

허리 아파 쉬니라고 더디 오나.

 

산 밑에는 명춘화 산수유도 피었일기고 까치는 안짱걸음 걸음시로 고개 넘어 손(客) 온다고

까까 거릴 긴데 첩첩산중 이골짝은 우찌 이리도 적막강산인고."

 

(…)

 

춘매는 봄이 더디 온다고 푸념하곤 했었다.

그러던 춘매도 이른 어느 봄날, 

꽃바람에 할미 죽는다는 말을 뇌면서 세상을 떴는데 그것도 꽤 오래된 일이다.

 

 

<토지 4부 2권 중>

 

 

 

 

 

 

어찌 됐든

차면 달 기울듯

 올 것 오고 갈 것 간다.

 

으레 그런 줄 알면서도 봄을 기다린다.

 

님이든 독립이든, 저절로 즐거워지는 정말 그냥 봄이든

그러니까 봄에 투사하는 마음과 봄을 기다리는 이유는 그야말로 제각각이다.

 

그 속도에 대한 감각도 상대적이다.

 

 

 

  소설 <토지>에는 작가의 일본론을 비롯해서 귀 기울일 만한 사유가 가득하다.

특히 4부(13.14.15권)에서는 역사를 이해하는 데 반드시 지식만이 중요한 게 아님을 

소설 형식을 빌려 누누이 강조한다.

 

거창한 역사의 해석만이 아니라

주어진 조건을 짊어지고 삶과 용감하게 싸우며 내일을 모색하던 개인들도 

다른 각도에서 다르게 생각하게 된다.

 

그 과정을 거치면 과거를 통해 현재를 보다 깊이 이해하게 된다.

 

 

 

'꽃바람에 할미 죽는다'는 말 한마디 세상에 마지막으로 내놓았다는 보잘것없는 춘매에게,

모국어로 이런 글을 쓰고 간 작가에게 꽃절 올린다.

 

누군들 봄 오면 속없이 꽃 따라 웃지 않았을까.

 

그 봄 가면 입을 다물고

꽃이 살았던 자릴 실없이 건너다보지 않았을까.

 

 

아니나 다를까

<토지>에는 이런 말도 있다.

 

"이별이 있다는 것이 그 어찌 축복이 아니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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