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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세계적인 무명씨의 축하 본문

잡담 or 한담

세계적인 무명씨의 축하

레니에 2021. 4. 26. 14:34

1.

윤여정 씨가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미국 자본과 미국인이 만든 영화이고, 미국의 영화제이지만 수상 소식은 놀랍고 기쁘다.
그의  수상소감도 인상 깊다.

외국 여행하다가 한국 사람을 만나면 
무슨 유명인도 아니면서 모처럼 익명으로 즐기는 자유가 산산이 박살 난 듯이 어색하고 반갑지 않은데
한국 기업 광고판은 되게 반가웠다.

 

한국에서는 매일 봐서 아무런 감흥이 없었는데도 

장소가 다르면 의미도 다르게 다가왔다.

윤여정 씨의 수상 소식을 대하는 마음도 그와 비슷한 느낌이다.



 

2.

"저 세대는 무슨 재미로 살까?"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세상사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던 풋내기 시절에 나는 내 부모 세대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내가 못마땅한 얼굴로 손가락질 하던 그 지점에 나는 지금 와 있다.

이 나이에도 여전히 심장은 두근거리고 피가 졸졸 흐른다는 걸 이 나이가 되어서야 겨우 알아간다.



 

3.

인생에 드문드문 있었을 운이나 기회가 다 지나갔다고 생각한 바로 그때,
나를 떠난 것 같던 가장 좋은 기회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올지 모른다고 윤여정 씨가 보기 좋게 보여주며

한마디를 덧붙인다.

 

"경쟁이 아니다. 후보에 오른 모두 각각의 영화에서 다른 역할을 해낸 승자이다."

나는야 세계적인 무명씨이지만,
따로 먹으면 비릿하고 쌉싸름하며 짜거나 시디시었을 것들을 한데 뒤섞어 먹는 회덮밥처럼 
살아온 날을 골고루 비벼 차린 한 상, 기쁘게 받아 맛있게 먹어야지.

세계적인 무명에 콧대까지 높은 내가 윤여정 씨의 표현처럼
"내 이름도 제대로 못 부르는 너희들, 그러나 오늘밤엔 다 용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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