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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소설(小雪)에 소설(小說)을 본문

잡담 or 한담

소설(小雪)에 소설(小說)을

레니에 2022. 11. 22. 22:28

1.
겨울 시작을 알린 '입동'은 15일 전이었다.
지금부터 15일이 지나면 큰 눈이 내린다는 '대설'이고, 오늘은 첫눈이 내린다 하여 '소설'.

소설(小雪)에 소설(小說)을 읽는다.
문학의 무쓸모를 안 지 이미 오래되었는데, 겨울 채비 바쁜 시기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소설 나부랭이를 읽으려 다른 일을 서두른다.


 


2.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유시민 작가가 추천했는데,
소설에 잠시 동안 시간 주고 돌려받는 기쁨이 상당히 크다.

작가는 발랄한 유머와 경쾌한 문체로 웃음을 자아낸다.

자칫 늘어지기 쉬운 무거운 주제를

농담처럼 가볍게 슬쩍 꼬집는다.


역시 유시민 작가를 싫어할 수는 있어도 그의 안목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3.
세상이 무서운 속도로 변화한다.

이념이 쇠퇴하고 사람들의 의식과 삶의 양식이 크게 달라졌다.

그럼에도 세상은 여전히 적과 우리편으로 나뉘어 타인을 부지런히 증오한다.

곤란을 겪는 개인과 엉망진창인 시대를 모른 체하지 않는 사람도

편이 나뉜 상황에서는 상대편의 공격에 곤경을 치르거나 미움을 받는다.

 

 

4.

그럼에도 오지랖을 부리는 이들이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남의 일에 참견하다 뒤통수도 맞는 그 오지랖은 분명
눈부시게 반짝이는 성공이나 승리와는 거리가 멀지만,
그들이 또박또박 끝까지 나아가는 모습을 보며
시끄러우나 싱겁기 짝이 없는 세상을 보듬고 살아갈 힘을 얻는다.

 

비록 "저 질이 암만 가도 끝나들 안 해야"라고

한숨 섞어 말할 때가 종종 생겨도,

우리는 우리를 옥죄는 것들로부터의 탈출과 해방을 꾀한다 .




5.
소설 나부랭이라고 쓴 것 반성한다.
세상사 영 미심쩍고 은근히 부아가 날 때 있지만
이 소설이 가진 온기로 마음 데우고 문학과 세상의 미래를 낙관한다.

뻔한 것 같으면서도 애매한,

평범하면서도 위대한 사람들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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