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23/04/09 (1)
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Show Must Go On
#1 누가 봐도 변방의 삶이다. 도시에 살며 타인의 욕망을 만나고 그 욕망을 욕망하며 사는 나에게 사진 속 두 남녀는 가난하고 가난해서 의미를 잃은 외곽, 사람들이 더는 찾지 않아 지도에서 지워진 깊은 오지 같다.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며 환갑 진갑 다 지났을 남녀에게 나는 묻는다. 남자가 들꽃 한 움큼을 꺾어다 여자에게 건네고 담배 한 개비 물듯 꽃 하나 입에 물었는지. 아니면 여자가 꽃을 따서 남자 입에 한 송이 물려주고 "당신이 아니었다면 그런 게 있는지조차 모를 뻔했다"는 눈빛으로 허름한 어깨에 기댔는지를. 본래 서로 짝이 아니었을 짝짝이 단추는 누가 달았는지를. 살다 보면 사는 일의 거대함과 왜소함, 이 세상에 오고 가는 일의 사소함, 권력층의 교활함과 집요함, 소시민의 소심함과 비열함에 대해서 ..
잡담 or 한담
2023. 4. 9. 11:54